이루다 집사

작년 2019년의 내 가장 큰 기도 제목은 좋은 배우자를 허락해주세요 였다. 사실 결혼이 급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더 이상의 이별을 겪고 싶지 않았고 썸도 타고 싶지 않았다. (썸을 탄다라는 말은 사귀기 이전에 내꺼 같은 내꺼 아닌 그런 관계를 뜻한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앞으로 헤어지지 않고 평생 사랑할 나의 배우자를 어서 허락해주세요 였다. 남들은 썸타는 시기를 가장 설레고 좋을때다 라고 하지만 성격 급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호호호 내숭을 떠는 그 시기가 제일 싫었다. 이러한 내 성격은 하나님 앞에서도 급했다. 주실거면 어서 주세요, 하나님! 매일 이렇게 습관적으로 기도했던 것 같다.

작년에 내 생에서 해볼 수 있는 소개팅이란 소개팅은 다 해본 것 같다. 신기하게도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개팅 해볼래? 라는 제안을 주셨고 나는 상대가 교회를 다닌다고만 하면 우선은 제안을 다 받아들였다. 그런데 늘 대실패였다. 이런 게 마음에 들면 저런게 걸리고, 저런게 마음에 들면 이런게 걸리고… 나부터도 완벽하지 않은데 너무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실망하고, 지쳐갔다. 내 핸드폰에는 “죄송합니다. 저희는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분 만나세요!” 라는 단골멘트가 저장되어 있었다. 늘 실망하고 난 후에는 하나님께 따지듯 기도를 했다. “하나님, 평범한 남자가 그렇게 힘든가요? 신앙은 기복이 없었으면 좋겠고, 그냥 어느 정도의 외모에, 어느 정도 인서울 대학을 졸업했으면 좋겠고, 평범한 회사원 이었으면 좋겠고, 키는 그래도 180은 되어야 하잖아요? 마음이 넓었으면 좋겠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도를 하다보면 스스로 하나님께 민망해져서 “하나님 일단 제 이상형은 이렇다구요… 참고하시고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을 허락해주세요” 라고 마무리 기도를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9월이 되었고 9월의 어느 평일에 내 남편 김동현을 신논현역에서 만나게 되었다. 만난 지 얼마 안된 시점부터 우리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아람언니 부부처럼 11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렇게 어렵게 만난 사람이라, 그리고 내 이상형에 부합되기란 얼마나 쉽지 않은가를 알게 되었기에, 남편이 더 소중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돌이켜보면 하나님과 나의 이러한 관계는 늘 반복되었다. 애기처럼 달라고 달라고 보채면 계시지 않는 것처럼 가만히 계시다가 내가 점차 몸에 힘을 빼고 하나님 뜻대로 해주세요 라고 하면 그제서야 짜잔 하고 나타나주셨다. 어렵게 주신 것에 대해 소중히, 감사히 여기라고 그러신 것 같다. 지금껏 나와 이렇게 동행해주셨던 하나님께서도 앞으로 나와 내 남편의 삶 가운데 늘 개입해주시고 인도해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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