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청년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 거의 3주 동안 최악의 컨디션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허리가 아프더니 장기의 이물감으로 인해 허리를 제대로 피지도 굽히지도 못하며 3주를 보내려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불혹 또는 지천명을 바라보시는 성도님들께는 상당히 민망한 투정이지만… 나도 나이를 먹고 있음을 사춘기 때와는 좀 다른 방법으로 (실제로) 뼈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최근 물건을 깜빡하고 본당에 두고 온 나에게 ‘너도 이제 그럴 때가 됐지’라는 말을 들었을 땐 이제 진짜 집사님들이 보기에도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님을 깨달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다고 꼭 사람이 현명해지는 건 아닌가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처럼 꼭 어딘가 아파서야 정신차리고 운동하는 내 모습이 딱 그 모양이다. 겸사겸사 살도 빼고 거북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조금만 괜찮아지면 또 나태해질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늘어나는 나이와 함께 고민도 점점 다양해지고 무거워진다. 친구들과 나누게 되는 주제도 과거의 때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라서 뭔가 참 웃긴다.

그렇다고 마냥 싫은 건 아니다.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좋은 추억도 점점 쌓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나의 모습이 왠지 대견(?)하기도 하다. 그래도 늦출 수 있다면 늦추고 싶다. 뭔가 아쉽다.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추억도 추억할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

어쨌든 30살이 4개월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20대로 10년 정도를 보내봤더니 어떤 느낌일지 감도 오지 않는다. 생각보다 별 거 없을 것 같긴 하다.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교회 식구들도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

나름 다짐한 것이 있다. 몸은 나이를 먹을지언정 마음은 젊게(?) 살아보자고 말이다. 조금 철딱서니 없으면 어떤가. 어차피 신경 쓸 것도 많은데 말이다.

내년엔 나를 이렇게 소개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만 28살인 김남주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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