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해야 한다고 합니다. 겸손하지 않으면 잘난 척 한다고 반감을 살테니, 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덕목이긴 한 것 같습니다. 유교 문화권인 우리 사회는 겸손이라는 미덕에 익숙한 편입니다. 윗사람을 공경하고 예우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어렵지 않게 몸에 배여 있습니다. 반면 나이가 어리든 지위가 낮은 상대에게 당연한 듯 또는 친근감을 이유로 하대하기도 합니다. 우리말에는 반말과 존댓말이 있죠. 그래서 한국 사람은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하려면 먼저 나이를 알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상대를 높여야 할지 낮춰야 할 지, 언어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나보다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사이에 서열을 세우고, 자신을 그 상하질서 속에 위치시킵니다. 그래서인지 평소 함부로 말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도 한참 어린 친구들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존댓말을 쓸 뿐, 그 말과 마음이 일치를 이루지 못해서 인 것 같습니다. 그 상대가 조금이라도 무례하다 싶은 언행을 하면 참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존대어는 상대를 진정으로 존대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겸손도 마찬가지입니다.

겸손은 그저 겉으로 표현되는 예의라 할 덕목이 아닙니다. 그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가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겸손은 타인에 대한 마음이고 태도입니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빌 2:3) 이 말씀의 의미는 마냥 자신을 낮추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높음도 낮음도 없는 존재들입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 3:28) 말 그대로 하나라는 것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겸손은 상대와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시작하려는 의지” 라는 글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람의 높고 낮음이 있는 세상에서 낮은 자의 겸손은 비굴이 되고,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의 겸손은 위선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인사를 주고 받을 때조차 인사를 하는 쪽이 있고 인사를 받는 쪽이 있습니다. 누가 먼저 인사할 것인가 하는 암묵적인 룰도 있죠. 인사란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호감의 표현일 텐데 ‘안녕하세요’ 라고 말은 하면서도 고개만 까딱하고 마는 인사가 있고, 건성으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 인사가 있습니다. 본체만체 내리깔듯 상대를 외면하는 일이 있습니다. ‘눈은 마음의 창’ 이라고 하죠. 그래서인지 가장된 친절과 겸손은 잘 감추어지지 않습니다. 교만한 마음으로는 서로를 향해 진심어린 안녕을 나눌 수 없습니다. “너희는 사랑의 입맞춤으로 피차 문안하라. 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희 모든 이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베전 5:13-14)

입맞춤까지는 아니어도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서로의 마음에 와 닿기를,
마음의 경계가 허물어진 환대의 인사 속에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임하길 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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