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 안화수
 
 
 한 그루 한 그루마다
 감 하나씩 달아놓겠습니다
 아버지,
 감 열매가 몇백 원, 몇천 원
 아무리 비쌀지언정 참 좋은 놈 한 개
 따지 않고 그냥 두겠습니다
 
 집 뒤 지나는 까치 있어
 굳이 까치 아니라 까마귀라도
 배고프면 잠시 앉아 쉬면서
 먹고 갈 높이에 그대로 매달아 놓겠습니다
   
 겨울이 온다는
 문자 메시지 한 줄 없이
 갑자기 추워진 요즈음
 도시에 부모 없이 외롭게 크는 아이에게도
 까치밥만 한 탐스러운 어린이 밥 필요하겠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자 시인인 안화수님의 “까치밥”이라는 시입니다. 까치밥이란 까치 같은 새들을 위해 일부러 따지 않고 몇개 남겨둔 감을 말합니다. 요즘과 달리 배고픈 시절 귀한 먹거리이자 농촌의 몇 없는 돈벌이 수단이기도 했던 감을 날짐승을 위해 굳이 남겨놓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경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레19:9-10]
9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10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부족한 형편에 까치밥을 남겨놓는다고 기대할 수 있는 보상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레위기에서 하나님 또한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해 곡식이나 포도를 다 수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그 이유는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라는 말 뿐입니다. 우리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이들, 다른 존재들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요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작은 배려가 모여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고 이땅에 하나님 나라를 넓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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