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 11:1)
믿음을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는 마치 ‘나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는다’ 는 말과 비슷하게 ‘나는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 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사실이고, 그 사실을 믿는다고 해서 뭐든 달라질 게 없습니다. 사실 지구가 둥글든 네모지든,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마치 그처럼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었다는 건 알지만, 그리고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면. 그 믿음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구를 믿고 신뢰한다는 것이 알면 알아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일 같습니다. 우리 가까이 누군가 온전히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마음속으로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곤 그 사람과 어느 사이 성큼 다가온 봄날을 함께 거닐어 보는 겁니다. 눈을 감고서 길을 걸어 보신 적이 있을까요.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테고, 함께 한 이의 맞잡은 손에 의지해 온전히 나를 내어 맡기고 걸어보는 겁니다. 얼만큼이나 걸을 수 있을까요?

눈을 감고 보면 평소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뺨에 닿을 때의 느낌이 유독 뚜렷해지고, 길이 평평한지 어떤지 걸려 넘어지진 않을지, 걸음걸이가 엉거주춤 조심스러워 지기도 합니다. 길가 자동차 소리가 평소와 달리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혹시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치진 않을지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섭니다. 조금 전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확인했는데도, 금세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내어맡긴 손을 꽉 붙잡아 보지만, 얼마 더 못가서 자신도 모르게 눈을 뜨고 맙니다. 눈을 떠 바람을 보고 맙니다. “오라 하시니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가되, 바람을 보고 무서워 빠져 가는지라 소리 질러 이르되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하니” (마 14:29-30)

그러고 보면 우리네 삶도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두 눈을 다 뜨고서도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는것 처럼 말입니다. 그때 슬며시 눈을 감고, 하나님의 손에 우리를 내어 맡기는 것, 그것을 기도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하나님이 그저 계실뿐 아니라, 나의 곁에서 내 손을 붙잡아 지켜주실 것이라는 전적인 신뢰의 고백입니다. “예수께서 즉시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며 이르시되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하시고(마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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